아침에는 오늘만큼은 아이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도 아이가 듣지 않고, 해야 할 일은 쌓여 가며, 예상하지 못한 문제까지 겹치면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조금 전까지 사랑한다고 말했던 아이에게 날카로운 말을 하고, 아이가 잠든 뒤에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나는 왜 또 그랬을까?” “내가 정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자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찾아옵니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작은 변화에도 조급해지고, 다른 가정과 비교하며, 눈앞의 결과로 자신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녀의 모든 결과를 부모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부모에게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가르치고, 잘못을 바로잡으며, 말씀과 기도로 양육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녀의 마음을 강제로 변화시키거나 믿음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마음을 새롭게 하시고 믿음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한 생명을 신실하게 돌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순종을 포기하지 않는 믿음입니다. 같은 말을 다시 가르치고, 잘못을 바로잡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함께 기도하는 작은 일들이 부모의 사명입니다.
그 순종은 때로 매우 평범해 보입니다.
아이를 깨우고, 밥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숙제를 살피며, 밤이 되면 이불을 덮어 주는 일입니다. 같은 질문에 다시 대답하고, 실망했어도 다시 손을 내미는 일입니다.
부모는 이런 작은 일들이 아무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부모가 작게 여기는 순종도 사용하십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시간에도 하나님은 자녀의 마음과 삶을 다루고 계십니다.
부모도 실수합니다.
피곤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자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기도 하며, 사랑보다 성적과 결과를 앞세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거나 부모의 권위 뒤에 숨는 일이 아닙니다.
자녀의 방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문을 두드리고 먼저 말할 수 있습니다.
“아까 엄마가 너무 심하게 말했어. 미안해.” “아빠가 네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어. 용서해 줘.”
부모가 자녀에게 사과하는 것은 권위를 잃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며 다시 관계를 세우는 복음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잘못했을 때 죄책감 속에 계속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형벌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죄 가운데 넘어졌을 때에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충분합니다.
우리의 죄는 용서받을 수 있고, 우리의 연약함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다시 세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패한 날은 부모로서 모든 것이 끝난 날이 아닙니다.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날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모든 가르침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하며, 다시 하나님께 나아가는 모습은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모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은혜를 필요로 하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복음을 배우기도 합니다.
다른 가정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십시오.
다른 집 아이가 더 순종적으로 보이고, 다른 부모가 더 지혜롭고 여유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정의 모든 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가정을 같은 방법과 같은 속도로 이끌지 않으십니다.
지금 내게 맡겨진 자녀를 바라보고, 오늘 내가 감당해야 할 사랑과 훈계와 기도에 충실하면 됩니다.
오늘 하루가 또 엉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고, 부모 역시 다시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하심은 부모의 감정이나 하루의 성패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아이를 위해 드린 기도와 사랑으로 다시 내민 손은 헛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자녀만 돌보시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도 함께 다루고 계십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부모 자신도 인내와 겸손, 회개와 믿음을 배우게 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모든 것을 잘해 내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자녀를 가장 깊이 사랑하시는 분은 부모보다 하나님이십니다. 부모의 손은 부족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오늘 필요한 은혜는 오늘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도 하나님은 다시 필요한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