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을 배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겸손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는 겸손해지지 않는다. 삶의 크고 작은 일을 지나며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얼마나 깊은지, 내 안의 연약함과 교만이 얼마나 끈질긴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하나님을 더 알아 갈수록 나 자신도 더 분명히 보인다. 그렇게 하나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를 낮추시고 빚으신다.
젊은 날에는 열정과 강한 믿음을 자랑했다. 마치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솟아난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믿음을 잃지 않고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내게 없는 것을 주시고, 넘어질 때마다 붙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자랑하던 것까지도 은혜였다.
한때는 많은 일을 이루어야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생각했다. 물론 하나님께 드리는 섬김은 귀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보다 먼저, 주님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아무 성과도 내놓을 수 없는 날, 나는 빈손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 “주님, 제게는 주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자기 힘을 자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믿음의 고백을 기쁘게 받으신다.
낙심과 무력함의 시간 자체가 기쁜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고, 다시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게 된다. 하나님은 그 고통마저 사용하셔서 나를 그리스도께 가까이 이끄신다. 그래서 나는 이 역설 속에서 소망을 배운다. 겸손은 내 힘으로 이루어 낸 성취가 아니라, 오랜 시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맺는 열매다.
기도
자비로우신 하나님, 제 열정과 믿음까지 주께 받은 것임을 고백합니다. 제 교만과 연약함을 정직하게 보게 하시고, 낙심할 때에도 저를 붙드시는 그리스도의 은혜를 기억하게 하소서. 성령께서 제 마음을 낮추시고, 날마다 주님을 더욱 의지하게 하소서. 아멘.
